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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일상

[동대신동] 내 이웃의 일상을 관찰하는, 브런치&디저트 카페 - 제이레브 J.reve

동대신동 삼익아파트 벚꽃 풍경 사진

 

매년 봄을 맞으면서도 떨어지는 벚꽃이 애틋하고 서럽다. 화려하게 피운 꽃은 아직이지만 푸릇한 잎이 돋아난 가지를 보고 있으면 왜인지 봄이 다 지나버린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제야 봄의 가운데쯤에나 왔다는 걸 알면서도 매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도 한껏 피었던 벚꽃의 저물어감을 보며 봄의 끝을 상상해본다.(벚꽃이 주는 아련함과 별개로 많은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므로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다. 특히 벚꽃시즌엔 시끌벅적하다.)

 

 

꽃잎이 내리는 동대신동 삼익아파트 벚꽃길을 지나 카페 제이레브로 향했다. 언제쯤 가볼까 생각만했던 곳에 가기로 했던 것은 벚꽃이 지고 있어서 일지도. 금빛 바탕에 풀잎 가랜드가 스마일처럼 그려진 제이레브의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제이레브 입구 사진

 

까만 문에 붙은 큼지막한 빨간 리본이 참 눈에 띈다고 늘 생각했다. 오늘은 문이 열어젖혀져 리본이 눈에 덜 보이는 편. 낯익은 동네에서 혼자 카페에 앉아 보내는 시간은 색다르다. 마치 여행 중의 어느 날 같은 느낌. 볼 때마다 손님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웬일인지 오늘은 텅 비었다.

 

카페 제이레브의 메뉴판

 

1인 1음료를 부탁하는 말과 와이파이 정보가 적힌 메뉴판. 나는 시그니처 메뉴 중 말차라떼를 골랐다. 자몽에이드를 고르면 너무 자몽만 아는 바보 같아 보일까 봐. 그리고 디저트는 치즈케이크.

 

제이레브의 브런치, 샐러드, 샌드위치 메뉴 사진

 

브런치 메뉴가 꽤 다양하다. 샌드위치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브런치를 먹으러 다시 오고 싶다. 샐러드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준비되어있는 스콘들 사진

 

나란히 줄선 스콘들이 얼핏 귀엽다.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누네띠네 스콘이라고 한다. 제이레브가 스콘 맛집이라던데 밖에서는 스콘 먹기를 꺼리는 까탈스러운 성격상 선택지에서 탈락시켰다.

 

진열장에 들어있는 치즈 케이크 사진

 

카운터 위에 올려져있는 색색깔의 접시들이 귀엽다. 아마 내 케이크도 저 접시에 담겨 나오지 않으려나 생각해보며 웃었다.

 

 

동그란 테이블 위에 악세사리와 그립톡이 놓여있다. 가격도 적혀있고 제작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적혀있는 걸로 봐서 판매용인 듯하다.

 

 

깔끔하게 꾸며진 실내가 사진에 살짝 어둡게 나온다. 실제로는 조명을 받아 꽤 밝은 편. 날이 쨍쨍하게 맑은 오후 시간인데도 사진이 이모양인 건 다 찍는 사람 문제겠지.

 

 

다양한 모양의 테이블에 깔끔한 흰색의 의자가 놓여있는 와중에 나는 노란 의자가 마음에 들었다. 의자가 조금 폭신해 보였고 활짝 열린 통창이 좋았다.

 

 

통창 바깥으로 작은 중정이 있는데 거기에도 테이블이 두 개 있었다. 해가 중천인데도 직사광선이 들지 않아서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 좋을 것 같았다.

 

 

사장님이 가져다주신 음료와 치즈케이크를 멀뚱히 받고 말았다. 넋을 놓고 있다 보니 생긴 일이다. 좀 더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어야 하는데 이런, 졸지에 감사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쫀쫀한 크림을 빨대로 찍어 맛본다. 달콤함이 기분 좋게 퍼진다. 빨대에서 흘러 떨어지지 않는 쫀득함도 좋다. 깊숙이 빨대를 밀어 넣자 우유 위에 올라와있던 에스프레소 샷이 묻어나 커피맛 아이스크림 같다. 아....커피가 들어가는 줄 몰랐다. 이름만 보고 설명을 안 읽었어. 심지어 시그니처 커피라고 되어있었는데! 이런 대충대충 인생. 뭐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

 

 

넘치지 않도록 살살 저어 한입 마시니 쌉싸름한 말차와 커피가 섞어 오묘한 맛이 난다. 약간은 달고 조금 씁쓸하고 고소하기도 한 신기한 맛. 근데 이거 섞어먹으면 안 되는 건가?

 

 

넓적하게 잘린 치즈 케이크 한 조각에 흐르도록 올려진 크림과 보슬보슬해 보이는 슈가파우더. 큼지막한 거봉 조각이 군데군데 올라간 먹음직해 보이는 모습. 끝을 조금 잘라 입에 넣으면 크림의 부드러움과 크림치즈의 향이 어우러진다. 포도의 상큼함이 입안을 상쾌하게 리프레시시키고 또 다음 조각이 금방 필요해진다. 뭔가 살짝 기름기 있는 향이 나는데 위에 올려진 포도가 그 향을 깨끗하게 만든다. 크림이 없어도 바스러지는 느낌 없이 촉촉한 치즈 케이크가 제법 맛있다.

 

 

귀에 익은 가요가 흘러나오는 실내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본다. 경쾌한 리듬과 함께 지나가는 자동차, 사람들을 바라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나의 일상이 조금은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노란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 위치 및 정보

 

 

동대신동 브런치 & 디저트 카페 : 제이레브 J.reve

매일 월-금 11:00-22:00(1, 3, 5주 화요일 휴무)

주차 가능, 애견 동반 OK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