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일상

[광안리] 빈티지소품샵 - 메이드 프롬

 

광안리 빈티지 소품샵 : 메이드 프롬

매주 화-일 13:00-18:00(매주 월요일 정기휴일)

 

 

 

메이드 프롬은 광안리 바닷가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가쯤에 있다. 언제나 그렇듯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고른 곳이다. 두 개의 큼직한 창 안으로 이미 세상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광안동 빈티지 소품샵 메이드 프롬 사짐

 

코너를 돌면 낡은 문 옆엔 장식용 자전거. 특별한 듯 평범한 가게의 아웃테리어를 사진으로 남기고 잠시의 머뭇거림 후에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문 옆에는 메이드 프롬의 로고인 듯한 간판이 붙어있다.

 

 

 

좁은 가게 안은 온통 물건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 숨은 듯 자연스러운 주인분께 내부 사진을 찍어도 될지 양해를 구한다. 기분 좋은 승낙.

조그만 창문, 큰 창문, 주황빛 벽면까지 눈에 띌 만도 한 포인트들은 세월을 짊어진 물건들 앞에 숨을 죽인다. 그저 빛과 자리를 내어주며 공간이 될 뿐 이 가게의 주인공은 물건들이다.

 

 

접시, 찻잔, 유리잔, 다양한 오브제들, 화병 엽서, 패브릭들과 액세서리들. 눈 돌리는 곳마다 가득한. 문을 열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 압도당하면 결국 우와-하는 감탄과 함께 구경꾼이 되고 만다.

 

 

나는 주방에서 쓰이는 물건들, 그중에 식기류, 특히 빈티지 찻잔과 소서에 쉽게 마음이 약해진다. 마음을 단단히 먹자고 다짐을 하고 왔는데, 첫눈에 반해버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한편에는 시기를 놓친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장식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다.

 

 

한참을 망설이고 이리 재고 저리 재보아도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녀석을 집어 들고 말았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몇 명이나 되는 손님들이 이 찻잔을 들었다 놓았다고 한다. 결국 내가 데려갈 운명인가 보다.(메이드 프롬의 SNS에서 보면 이 찻잔은 꽤 오래 가게를 지켰던 것 같다.)

 

 

사장님께 포장을 부탁드리고 다시 한번 가게를 둘러본다. 한번 집었다 내려놓은 예쁜 사슴 그림의 때 지난 크리스마스 카드와 교회 내부가 그려진 엽서를 골라낸다. 잘 보이지도 않게 꼭꼭 숨었던 것들을 들춰내는 재미는 덤.

 

 

계산대 위에는 하늘색 코끼리가 산다. 손님과 사장님의 대화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가게를 둘러보며 서있다.

 

깨지지 않게 세심하게 포장된 찻잔세트와 엽서, 카드는 벽돌색 종이백에 담겨있다. 그냥 종이백인 줄 알았는데 'MADE FROM'이라고 쓰여있다.

몇 달, 어쩌면 일 년쯤 지나 다시 찾아오면 어떤 새로운 인연이 기다릴지 기대감이 생기는 광안리 빈티지 소품샵 메이드 프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