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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일상

<미래가 그립나요?> - 현대모터스튜디오, F1963

F1963 건물 정면 사진

 

이번에도 한 장의 사진에 낚인 물고기는 보러 갈까 말까 망설이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한다. 왜 전시회는 다 집에서 먼 곳에서 하는지 투덜거리면서.

 

F1963 안내판 사진

 

F1963에 가는 길, 커다란 안내판이 반겨준다. 

 

 

그 뒤로 하늘색 철망으로 만든 것 같은 건물이 F1963이다. 나는 <미래가 그립나요?> 전시가 목표이므로 현대모터스튜디오를 향해 좌회전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간판이 보이면 좀 더 안으로 들어간다.

 

 

거대한 전광판에 영상에 흘러나오고 있다. 리듬감 있는 음악에 맞춰 젤리 같은 녀석들이 움칫 움칫 춤을 추는가 싶더니 곧 한 사람의 형상이 달리고, 또 지나면 수많은 군중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곳이 Creative Wall이다. 음악에 맞춰 다양한 생명체가 춤을 추는 'We Are All Unique'는 서로 다른 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그 다양성을 기반으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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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달리는 사람. 'Run Forever'는 현대자동차의 청정연료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나아가 무한히 달릴 수 있는 에너지로 순환됨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Tribes'는 수많은 군중이 나타나 화면을 채우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개인과 군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상호관계와 더불어 개개인의 영향력을 깊이 들여다본다고 한다.

 

 

Creative Wall을 지나면 현대모터스스튜디오의 입구다. 입구 옆에는 커다란 튜브가 자리하고 있다. 이 튜브는 '리미널 시티'라는 작품으로 3층까지 연결되어있는 녀석이다. 바로 앞에 문에 있는데 아쉽게 문이 잠겨있어 유리 너머로만 볼 수 있었다.

 

 

 

1층에서 체온 체크와 손 소독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팸플릿 받을 수 있는 데스크가 있고 바로 앞은 아트샵이다.

 

 

그 오른쪽부터 전시가 계속 이어진다. 공간을 가르는 벽면을 돌아서 뒷면을 보면 'RIEN?'이라고 적힌 아크릴판이 나타난다. 프랑스어인 '리앙?'은 '아무것도?'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퍈데믹 이후 희망과 절망 사이의 교착 상태에 놓인 현대인의 심정을 대변한다. 나는 이 아크릴판을 마주하고 서있는 동안 계속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뒤에 생략된 말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면 또 다른 무엇?

 

 

그 다음은 바닥에 그려진 '이상적 파열'이라는 작품인데 앱을 설치하여 체험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Realworld Art앱을 설치하고 Ideal Disruption에 접속하면 하얀 캐릭터가 현대모터스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마치 게임 같은 느낌이니 한번 체험해보시길.

 

 

맞은편 공간의 앞뒤로 전시된 '모든 참된 명제들 (이전) - 한물간 미래 섹션'은 까만 바탕에 그려진 그래픽 다이어그램과 도서 진열대로 되어있다.

 

 

도서 진열대에는 미래에 대한 헌책들이 진열되어있는데 그것들은 하나같이 이미 지나간(한물간) 미래들이다. 그들이 내다보았던 것과 같든 다르든 이미 한물간 미래가 되어버린 책들을 보는 기분이 이상했다.

 

 

또다시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튜브가 등장한다. 뱀처럼 똬리를 튼 튜브가 어딘지 두려워 거리를 두고 있는데 직원분이 관람을 도와주신다. 튜브는 연결을 나타낸다. 내가 두려워했던 것은 튜브일까, 연결일까?

 

 

튜브의 가운데 쪽에는 눈에 띄는 3개의 구멍이 있고 각 구멍은 서로 다른 곳을 거울로 비춰 망원경처럼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2층 전시장에서 3층 전시장을 지나는 사람과 눈인사도 할 수 있다고 하니 괜히 웃음이 났다.

 

 

다음 작품을 보면 이상한 아크릴 파이프와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숨'이라는 작품은 매 정각마다 숨겨진 공간에 있는 컴프레셔로 압축한 공기를 아크릴 파이프로 내보내 기계적인 호흡을 내보낸다고 한다. 이 호흡은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고 가빠진 호흡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아쉽게도 정각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남아서 볼 수는 없었다.

 

 

그 다음 작품은 '오프 리버스'. 이 작품은 감상자가 느끼는 바가 작품의 의도가 된다고 들었다. 어디에 눈을 먼저 둬야 할지 알 수 없는 작품을 보며 혼란스러웠다.

 

 

'소프트웨어 Etc'는 화면 속에서 이루어지는 세계로 보인다. 화면 속에는 링크 주소가 지나가고 있다. 그 주소로 들어가면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어있다. 화면 속의 대화와 마찬가지로 메시지의 대답은 문학 작품, 노래 가사 등의 기존 텍스트를 재료로 하여 만들어진다.

 

 

링크 주소로 접속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알 수 없는 답이 되돌아온다. 노래 가사 같기도 하고, 일기의 한 구절 같기도 한 대답이 난해하다. 답은 페이지에서만 이루어지고 화면과의 소통은 되지 않았다.

 

 

커튼 안쪽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개구리 캐스터네츠가 놓은 자리 앞으로 파란 하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어린이'라는 제목의 작품 속 영상은 곧 바뀌어 풀밭에 누운 어린아이 주변에 개구리 캐스터네츠가 놓여있다. 이 작가는 어린이를 '미래형 인간'으로 본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작가님은 '어른이 되기 위해 죽어야 하는 존재'로 본다. 

 

 

안성식 작가님의 시선 속 어린이는 어딘가 희망차 보인다.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시선 속 하나의 존재를 보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ㄴㅂㅁㅅㅂ' 작품에는 하나의 QR코드와 3개의 화면이 있다. QR코드를 찍어 접속해보았다. 

 

 

얼마나 남은 것인지 선뜻 계산되지 않는 긴 시간의 카운트다운이 흘러가고 그 아래에는 '서체 다운로드' 버튼이 비활성화되어있다.

 

 

화면에는 각각 문장과 글자가 있고 그곳에서는 점 같은 것이 날아가고 있다. 점점 확대되고 있는 3개의 화면 속 날아가고 있는 점들은 자음이다. 미래의 서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 과연 미래에는 서체, 글로써 무엇을 전달할 수 있게 될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자, 가장 마지막 작품. 나를 이곳에 오게 한 작품을 마주했다. '호기심의 캐비닛'이다. 다섯 개의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는 이 드로잉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시 공간으로 보인다. 화려한 선들은 어디를 향하며, 우리를 어떤 미래로 이끄는 걸까?

 

 

 

 

 

※ 위치 및 정보

 

 

미래가 그립나요?

2021-12-09 ~ 2022-03-31

F1963, 현대모터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