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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일상

[온천동] 나봄컬러 : 오라소마 상담 후기

꽤 오래 망설였던 것 같다. 한 번쯤 받고 싶은 상담이었는데 선뜻 예약하게 되지 않는 고착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나봄컬러를 알게 된지는 몇 달 되었다.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다 우연히 알게 된 곳이다. 오라소마라는 게 뭔지는 몰라도 '색'을 좋아하니까 막연히 호감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고 예약 문의를 했다. 이럴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냥 저지르게 되는, 기다려온 때가 되었나 보다 직감으로 느끼는 때가. 아마 지금이 맞는 시기겠거니 생각되었다.

 

 

뚜벅이는 늘 그렇듯 대중교통을 타고 나봄컬러로 향했다. 가는 중에 친절한 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간판이 없다며 입구를 상세히 설명한 글을 보내주셨다.

 

 

설명대로 흙옥돌침대(옥돌흙침대인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흙옥돌침대다.) 간판이 보이는 건물의 왼쪽으로 돌아 입구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푸른나무재단의 간판이 있다.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이 비루한 몸뚱이는 3층 이상은 힘들어서 약간 숨이 가빠졌다. 날이 따뜻해져서 더 그렇다.

 

 

아파트 현관처럼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문이 닫혀있었던 건 내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였다.

 

 

시간이 조금 남았고 숨도 돌릴 겸 내부를 둘러본다. 바깥쪽의 넓은 공간에는 테이블, 한쪽 구석에는 작은 탕비 구역이 있다.

 

 

상담은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문의 맞은편에 놓인 거울과 화분이 단순하지만 너무 예쁘다. 

 

포맨더와 퀸트에센스 사진

 

눈을 돌리면 포맨더와 퀸트 에센스가 놓여있다. 이곳만 해도 화려하지만 더 화려한 곳은 그 옆에 있다.

 

121개의 바틀, 이퀼리브리엄 사진

 

무려 121개의 바틀(이퀼리브리엄)이 놓여있는 모습은 꽤 장관이다. 개수 자체도 많지만 바틀의 상하가 다른 컬러로 되어있으니 더 다채로운 느낌이다.

색을 보는 것만으로 눈이 즐겁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지금부터. 선생님이 짧은 설명 후 자리를 비워주시면 많은 바틀 중 4개를 고를 시간이다.

 

 

천천히 첫 줄부터 바틀을 훑는다. 선생님은 평소의 호불호를 떠나 더 커 보이거나, 더 눈이 가는 바틀을 고르라고 조언해주셨다. 예뻐 보이는 바틀로 손이 가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어른이 되어본다.

 

 

나에게는 특별히 바틀이 커 보인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있는지도 몰랐던 바틀에 한 번, 두 번 괜히 더 눈이 가는 녀석들로 골랐다. 딱 하나 별처럼 빛나 보이는 바틀이 있어서 그 녀석도 집어 들었다. 고르고 보니 딱히 내가 좋아하는 색은 하나도 없어서 왜 이런 바틀을 골랐는지 나도 의아한 결정이다.

네 개의 바틀을 모두 고르고 나면 본격적인 상담시간이다. 바틀의 의미와 각 바틀을 고른 순서가 갖는 해석 같은 것을 하나하나 알려주신다. 중간중간 내가 하고 싶은 말,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다 보면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훌쩍 지난다.

 

푸딩네루나가 고른 4개의 바틀 사진

 

내가 고른 4개의 바틀들. 왼쪽부터 처음, 가장 오른쪽이 마지막에 고른 바틀이다.

 

클리어/클리어 바틀 사진
이미지 출처 https://aura-soma.co.jp

 

첫 번째의 B054 클리어/클리어의 또 다른 이름은 눈물 바틀, 그리고 고통의 이해. 처음 고른 바틀의 의미는 자신의 본질이라고 한다.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고통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서 모순을 발견하는 감각이 예민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 특징으로 인해 사람들과의 소통을 꺼리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나는 외톨이이고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의 의견을 피력하여 언쟁이 될 여지를 주는 것이 너무 싫다. 어떻게 보면 극렬한 평화주의자이자 비겁한 겁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고통)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특징이라는 말이 조금 웃기다. 방금 내가 나의 문제를 술술 말하고 난 직후라서 그렇다.

 

레드/딥마젠타 사진
이미지 출처 https://aura-soma.co.jp

 

두 번째 B089 레드/딥마젠타의 별칭은 에너지 레스큐(Energy Rescue). 즉, 에너지의 방전이다. 요즘 흔히 하는 표현으로는 번아웃 정도일까?

두 번째로 고른 바틀의 의미는 자신의 강점. 나의 강점이 에너지 레스큐라니....아마 나다움을 표출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된다.

스스로 항상 방전된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딱 맞아떨어져서 조금 놀랐다. 충전기를 연결하고도 전혀 충전이 되지 않는 느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 같다.

사실 클리어/클리어와 레드/딥마젠타 둘 중 하나만 갖다 놓아도 눈물이 난무하는 상담이 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내가 골라놓은 바틀들을 보고 선생님이 티슈를 슬쩍 꺼내려고 하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았는데, 어쩌면 나를 감정적으로  완전히 꺼내놓을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에메랄드 그린/클리어 사진
이미지 출처 https://aura-soma.co.jp

 

세 번째 B064 에메랄드그린/클리어. 현재의 나를 상징하는 이 바틀은 ''을 의미한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많은 고통과 에너지 부족을 끝내고 이제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일지, 아니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좋은 징조인지 모르겠다. 부디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터콰이즈/터콰이즈 사진
이미지 출처 https://aura-soma.co.jp

 

마지막 B043의 터콰이즈/터콰이즈. 별처럼 빛나 보였던 마지막 바틀은 자유, 그리고 창조성. 네 번째 바틀은 나의 미래 가능성, 내가 나아가고 싶어 하는 지향점이다.

결국 나는 자유롭고 싶구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니 고통스럽고, 결국엔 방전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상징성은 창의성. 글로 그림으로, 혹은 다른 무엇이든 자신을 풀어내는 힘을 나타내는 바틀이다.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 필요한 힘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분들이 많이 찾는 바틀이기도 하다고 한다.

 

 

상담의 막바지에 이르면 네 바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오라소마 상담에는 바틀 하나가 포함되어있다. 아마 나봄컬러의 상담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오라소마 상담에도 공통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오라소마는 빛(Aura)와 몸(Soma)라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이 빛(색)을 몸에 바름으로써 그 에너지를 취하는 게 아닌가 한다. 즉, 마지막에 선택한 하나의 바틀을 가져가 몸에 바르게 된다.

선택한 바틀을 바를 때는 사용자 외에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바틀과 사용자 사이에 공명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왼손으로 두 개의 층이 잘 섞이도록 흔들어서 바르면 된다.

 

 

나는 결국 터콰이즈/터콰이즈를 선택했다. 에너지도, 당장의 길도 필요하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이 바틀은 가슴과 등을 위주로 바르는 것이 좋다고 알려주셔서 아침, 저녁으로 잘 섞어서 발라주고 있다. 강하게 흔들어서 섞으면 구슬처럼 방울지며 두 개의 층이 하나가 된다.

 

 

상담이 끝나면 자신이 고른 4개의 바틀 정보와 사용법 등이 담긴 상담 기록을 카톡으로 보내주신다. 일주일까지 걸릴 수 있다고 하셨는데 상담 다음날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팔찌 만들기가 포함된 한 종류의 원데이 클래스만 진행하고 있지만 또 다른 다양한 클래스를 기획할 예정이라고 하니 새로운 소식을 기다려보면 좋을 것 같다.

각자에겐 소울 바틀이 있다고 한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하나의 바틀. 언젠가 나의 소울 바틀을 찾기 위해 또다시 나봄을 방문해보고 싶다.

 

 

 

※ 위치 및 정보

 

 

온천동 오라소마 상담 및 원데이 클래스 : 나봄컬러

매일 9:00-20:00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