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 멀리서부터 동박이 일러스트가 그려진 현수막이 보인다. 아, 여기구나. 여기는 지나면서 본 적이 있다. 관광공사 같은 곳에서 하는 기념품샵이겠거니 생각하며 지났던 곳이다. 오랜지바다는 수영구 마을기업이라고 한다. 약간 머쓱해졌다.
현수막 아래 벽면에는 시원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여기가 포토존인 것 같다. 하지만 사진 찍어줄 일행이 없으니 이렇게 인증샷만 찍는다.
도착 시간 13시. 아, 휴게시간이다. 12시 반부터 한시 반까지 휴게시간이다. 영업시간 안내를 꼼꼼히 보지 않은 내 탓이지 뭐. 근처 다른 곳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왔다.
분명 가게 이름은 '오랜지바다'인데 다른 이름들이 더 크게 보이는 신기한 곳. 정작 이름은 가운데를 벗어나 오른쪽 귀퉁이에 적혀있다.
넘실거리는 파도 일러스트가 왠지 고양이나 강아지의 털이 보송보송한 발 같아서 재밌다. 진열된 물건들에서 부산의 향취가 진하게 난다.
부산의 풍경을 그린 엽서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광안대교가 그려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위치상 당연한 것인데도 조금 섭섭하다. 부산엔 광안리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곳이 많다고! 나는 청개구리 심보로 용두산 공원이 그려진 엽서를 골랐다.
엽서 옆으로는 마그넷이 한가득이다. 꼼꼼히 보려면 시간 꽤나 걸릴터였다. 나는 늘 그렇듯 대충 봤던 모양이다. 사진으로 보니 처음 보는 마그넷이 잔뜩이다.
끼룩이 너무 귀여워...하나 사 올걸. 지금 후회하면 뭐하나. 도무지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사지 않았는데 너무 사랑스럽다. 하트 그린 홀더가 너무너무 예쁘네.
오랜만이지, 바다. 나는 부산에 살지만 바다에 크게 감흥도 흥미도 없어서 좀처럼 바닷가에 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오랜만이지.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다를 늘 그리워하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 아마 그 사람이 이 말을 할 것 같다.
오, 세면대가 있다. 샘플로 비치된 비누를 직접 써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이런 배려 나쁘지 않다.
한쪽 벽면은 동박이의 보물창고로 꾸며져 있다. 친절한 동박이에 대한 안내서가 있다. 동박새는 광안리가 있는 수영구의 구조(새)다. 동박새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
참고로 동박새는 이렇게 생긴 새다. 길이가 12cm 남짓이라고 하니 한 손에 쏙 들어올 것 같다. 연둣빛 깃털 색이 싱그럽다.
동박이의 소박한 보물창고. 엽서는 물론 책갈피, 양말, 스티커 같은 소소한 것들이 가득이다. 나는 하나 남은 동백꽃 엽서를 샀다. 누군가 하나씩 가져가고 마지막으로 남아 나를 기다려준 소중한 엽서다.
동백꽃이 왜 이렇게 좋은지 이유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나는 동백을 아주 좋아한다. 빨간 것도, 눈처럼 새하얀 것도 좋아한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흰 동백을 키워보고도 싶다.
오랜지바다의 2층에서는 <새내기 동박이 하우스> 전시가 진행 중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입구 바로 왼편에 있다. 출입문이 열리면 계단이 가려지므로 잘 봐야 한다.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동박이의 방을 구경할 수 있다.
오랜지바다의 블로그에는 동박이 웹툰도 있다. 읽고 나서 방문하면 더 귀엽게 느껴진다. (블로그 링크)
201호에 살고 있는 동박이의 방은 너무나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소중한 동박이의 방. 냉장고 문을 살며시 열어보면 귀여움이 폭발한다.
날이 흐리고 나무로 가려있지만 동박이 방의 포인트는 광안리 해변이 보이는 창이 틀림없다. 저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볼 동박이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동박이 하우스는 아주 좁아서 한두명 정도가 둘러보기 적당하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잠시나마 나도 의자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즐기고 싶다.
오랜지바다는 내가 본 소품샵 중에 가장 부산냄새가 나는 곳이다. 기념품샵과 소품샵의 중간 정도 느낌이다. 부산을 추억할만한 기념품을 사기에 아주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 위치 및 정보
광안리(민락동) 기념품샵 : 오랜지바다
매일 10:00-22:00(12:30-13:30 휴게시간)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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