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 동네를 왔을 때는 있는지도 몰랐던 곳을 찾아 다시 오게 됐다. 막상 '여행하다'를 찾았을 때 꼭 이유를 나에게서 찾을 수만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작아도 너무 작다.
길가에 놓인 입간판이 아니면 뭐가 있는지도 모를 만큼 조그만 가게 안에 나를 기다리고 계신 사장님이 보였다. 시간이 좀 일러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입구도 문보다는 창에 가까워보여서 많이 새롭다. 문 밖에 서서 슬쩍 보니 더 이상의 공간을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말 작은 서점이다. 나는 이곳에 상담을 예약하고 방문했다.
여행하다는 서점이기도 하지만 타로나 수비학 상담소이기도 하다. 나는 타로에는 별 흥미가 없어서 수비학 상담을 신청했다. 수비학이 뭔지 몰라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위키백과에는 '숫자와 사람, 장소, 사물, 문화 등의 사이에 숨겨진 의미와 연관성을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나와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블이 있고, 그 안쪽에 사장님이 앉아계셨다. 파란 천이 덮인 테이블 앞에 앉으면 생년월일을 묻는 것으로 상담이 시작된다.
자세한 내용은 개인적인 것이라 밝힐 수 없지만 나는 7번 타입이었다. 수비학은 사람의 변하지 않는 기질을 22개의 숫자로 나타내는데 그것을 크게 2 분류로 나눈다고 한다. 이성/감성으로 나뉘는 두 분류 중 나는 대표적인 감성 타입 숫자인 7번. 7번 타입은 다양한 경험에 부딪혀봐야 한다고 하셨다. 생각이 많고 그것이 죄다 겉으로 드러나는 타입이 7번이라고 한다.(나는 7번 타입이 이렇게 차분할 수도 있구나 싶게 차분한 편이라고 들었다.)
수비학 상담에는 3번의 타로 셔플이 포함되어있다. 나는 타로 상담을 받아본 적은 거의 없지만 질문이 구체적인 게 좋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다. 내 질문은 하나같이 두리뭉실하기만 해서 뭘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사장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이끌어주시기 때문에 적절하게 질문을 고르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많이 받아서 토닥이며 등을 두드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스스로를 믿고 행동하면 잘 될 거라고 말씀해주시는 것만으로 힘이 됐다.
수비학 상담을 받게 되면 수비학 카드를 만들어주신다. 나의 수비학적 자료가 담긴 카드다. 나의 카드까지 스티커로 붙여주신다. 다음에 또 올 때 이 카드를 가지고 오면 수비학 상담은 할 필요 없이 타로 셔플로 바로 넘어가면 된다고 한다.
상담을 마치면서 추천해주시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었다. 한 권을 추천받았는데 어떤 책인지는 비밀! 나중에 다 읽게 되면 리뷰는 써볼 생각이다. 오프라인 서점은 10% 할인이 안되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된다고 먼저 말해주셨는데 나는 그냥 바로 구매해버렸다.
독립서점 여행하다에서는 책을 구매하면 보자기에 포장해주시는데 근처 한복집에서 남는 자투리 천을 가져와 일종의 재활용을 하는 거라고 하셨다. 남는 천이라기엔 너무 예쁜 보자기가 생겼다.
어째 사장님이 미안해하셔서 내가 다 송구해지는 느낌. 덕분에 조그만 책갈피를 선물 받았다. 예쁜 분홍색 술이 달린 책갈피다. 최근에 책을 많이 샀는데 빨리 읽으라는 무언의 재촉 같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한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수비학 상담, 타로 셔플뿐 아니라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여행하다는 '여기서 행복하다'의 줄임말이다. 서점 치고 책은 별로 없지만 이름처럼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이다. 문 밖까지 나와 배웅해주시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좋은 시간을 마음에 꼭 담았다.
※ 위치 및 정보
중앙동 독립서점 : 여행하다
월~금 10:00 ~ 22:00, 토&일&공휴일 13:00 ~ 18:00
(수비학과 타로 상담은 물론 단순 방문도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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