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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일상

[초읍동] 연등축제 전날 방문한, 삼광사(三光寺)

흐릿하고 바람이 굉장한 오늘, 삼광사로 가기로 했다. 삼광사 가는 길, 지하철 내부에 삼광사 연등축제를 알리는 광고가 실려있다. 연등축제는 4월 15일부터 5월 8일까지다. 어쩌면 나는 때를 잘못 맞춘 관광객인 걸까? 축제를 하루 앞두고 삼광사는 어떤 모습일까?

 

 

초행길의 삼광사 가는 부산진구15번 마을버스는 나를 정류장 표시도 없는 주차장 앞에 덜렁 내려주고 바쁘게 제갈길을 찾아 떠난다. 왼쪽으로는 다른 리뷰에서 많이 본 108계단이, 오른쪽으로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오르막길이 보였다. 남들 가는 길로 가자. 지체 없이 108 계단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버스를 내린 곳에서는 몇 걸음 되지 않는다.

 

 

3층 이상은 무리라고. 3층이면 계단이 몇개나 될까? 60개, 아니면 70개. 그만큼도 가기 전에 벌써 다리가 무겁다. 구경은 시작하지도 못했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오르던 중 노랗고 소박한 꽃을 만났다. 찾아보니 이 녀석은 황매화라고 한다. 나무에 달려있는 하얀 매화와는 다른 녀석인지 바닥에서부터 자란 풀에 피어있다. 덕분에 기운을 충전하고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다 올라 두리번거리다보니 바로 앞에 붙은 경내 안내도가 보였다. 전망대 같은 건 원래 가지 않으니 빼고, 그렇게 큰 절은 아니다 싶었다. 안내도가 붙은 건물이 지관전이니 눈에 보이는 곳과 극락전 있는 곳까지 보면 되겠다 싶었다.

 

 

가운데 쪽으로 걸어가니 지관전 정면이 보인다. 어느 전각 하나 등이 달리지 않은 곳이 없다. 눈 두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빽빽하게 매달려있다.

 

 

대웅보전 오르는 계단 앞에 서있던 호랑이를 만났다. 어딘지 귀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데 등에 탈 수 있는 건지 손잡이 달린 의자가 올려져 있다. 어린 신도들을 위한 이벤트일까.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듯 수레에 올려져 있었다.

 

 

높은 계단 위로 보이는 대웅보전이다. 1983년에 공사에 착수했다고 하니 40년 정도 된 셈이다. 여타의 다른 사찰들에 비하면 아주 어린 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꼭 대웅보전뿐만 아니라 삼광사의 모든 전각이 오래된 건물이라기보다는 새로 지은 듯한 느낌이다.

 

 

대웅보전의 오른쪽으로 53존불 팔면구층대보탑이 서있다. 흰빛을 띄는 아주 높은 돌탑이다.

 

 

대보탑 뒤로 봉축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글자에 색을 맞춰 등을 단 것이 보인다. 앞으로도 연등이 가득한 것은 물론이다.

 

 

가까이에 서면 제법 고개를 꺾어야 꼭대기가 보이는 높은 탑이다. 탑의 각 꼭짓점에 달린 풍경이 끝도 없이 울려 경내를 소란하게 한다. 바람이 몹시 많이 부는 탓이었다.

 

 

약사전 가는 길에 무릎을 꿇고 앉아계신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앉은 자세며 두 손에 무언가 들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다소곳하다. 옆의 설명을 보자면 문화재적 가치가 상당히 높은 작품이라는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놓여있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약사전 가는 길의 풍경은 어느 리뷰의 글처럼 어딘가 대만의 지우펀이 떠오르기도 한다. 화려하게 매달린 연등 덕분이다. 연등에 불을 켜면 더 비슷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연등에 거의 파묻힌 범종각은 아래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다가 약사전 쪽으로 올라오니 제 모습을 드러낸다. 위에서 보니 연등의 위용이 대단하다.

 

 

연등을 지지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구조물이 보인다. 보기에는 나쁘겠지만 안전을 위한 것이니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높은 아파트와 삼광사가 한 컷에 들어와도 위화감 없이 어울린다.

 

 

붉은 연등으로 가득한 어느 복도. 묘하게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가 떠올랐다. 붉은 도리이로 가득한 그 풍경의 강한 빨강이 여기에서도 느껴진다. 물론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주홍빛에 가깝지만.

 

 

이 모든 연등에 불을 밝히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밤마실을 즐기지 않는 뚜벅이는 그저 상상과 검색으로 궁금함을 대체할 뿐이다.

 

 

크고 작은 연등, 그리고 펄럭이는 연등의 리본 소리, 대보탑의 풍경이 만들어내는 소리, 거센 바람소리로 눈과 귀가 현혹된다. 삼광사는 흔히 생각하는 절의 고즈넉함과는 먼 곳이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색상의 연등들과 입을 한껏 벌린 용이 장식되어있다. 내일부터 축제이니 내일이면 이곳은 관광객으로 가득 찰 것이다. 오늘은 준비로 여념이 없는 관계자분들과 몇몇 보살님들, 그리고 나 같은 사람뿐이지만 말이다.

 

 

지관전 옆으로 돌아 극락전과 지장전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까지 차가 제법 많이 올라와있다. 지장전 옆으로는 공사하는 건물도 있어 꽤 정신이 없다.

 

 

아이보리빛 연등으로 가득한 극락전 앞. 빨간 연등이 보여주는 화려함의 향연과는 또 다른 정갈함이 있다.

 

 

한글로 써진 극락전 현판이 영 낯설지만 나쁘지 않다. 요즘 사람들은 한자를 별로 쓰지 않으니 한글 현판은 꽤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삼광사 전각들의 지붕이 눈에 가득 차 처음으로 연등이 가려진 풍경이다. 삼광사의 디귿자 구조 덕분인지 빈 공간이 거의 없이 시야가 꽉 찼다.

 

 

우연히 발견한 1번을 달고 있는 연등. 찾고서 괜히 기뻤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소원을 매달고 구석자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연등 주인을 위해 소원이 적힌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

 

 

극락전 뒤로 힐링숲길 내려가는 길이 있다. 숲길이라고는 해도 상당히 짧은 길인데 108계단 앞으로 내려갈 수 있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겹황매화. 올라오는 길에 본 황매화보다 확연히 화려하다. 황매화를 지나면 철쭉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래, 꽃피는 봄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는다.

 

 

힐링숲길의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이다. 전각들이 줄을 맞춘 듯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내려가는 길에는 107계단이 아닌 내리막길로 내려왔다. 어차피 계단으로 올라온 만큼의 길을 돌아가는 것이니 계단보다는 조금 길지만 금방 끝이 난다.

네이버 지도 어플에서는 부산진구 15번 마을버스를 타고 '삼광사' 정류장에서 내리도록 되어있는데 그보다 위에 올라와서 사람들을 태워 내려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계단도 오르막도 오르기 싫다면 더 위에서 내려도 되는지 버스 기사님께 여쭤봐도 좋을 것 같다. 묻는 건 공짜니까.

 

 

 

※ 위치 및 정보

 

 

대한불교 천태종 : 삼광사(三光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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