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걸어가는 일상

[양산 물금] 서리단길의 동네책방 - 기빙트리 Giving tree

배불리 먹고 나오니 햇살이 뜨겁다. 살짝 찌푸려지는 이마를 손끝으로 펴며 다음 행선지의 위치를 찾아본다. 현재 위치에서 걸어서 3분, 완전히 가까이에 위치해있다. 다음 목적지는 작은 서점, 기빙 트리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보도 별로 없는 그저 '가볼까' 정도의 관심을 가진 곳.

 

동네서점 기빙트리의 외관 사진

 

낡은 집을 고쳐서 문을 연 듯한 모습이 어딘지 정겹다. 이 거리엔 이런 가게가 제법 있는 듯 하다. 가게 앞에 나와있는 에어컨 실외기만 아니면 몇십 년 전이라 해도 믿을만한 모습이다.

 

서리단길 작은 도서관 도서반납통 사진

 

'서리단길 작은 도서관'이라 적힌, 책으로 가득 찬 작은 집이 있다. 도서관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좋은 환경이 되어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근처 시장에도 작은 도서관이 있다. 한동안은 정말 열심히 이용했던 그곳이 떠오른다.

 

 

입구의 왼쪽으로 펼쳐진 책 진열대가 보인다. 책을 보기 편하도록 모두 눕혀져있다. 엄청나게 많은 책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배치된 책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

 

 

나무에서부터 온 책과는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식물들이다. 하늘하늘한 커튼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을 머금은 화분 속 식물들이 싱싱해 보인다.

 

 

가운데 테이블에 진열된 책들. 다양한 책들이 있지만 여행과 관련된 책이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꼭 다시 여행을 하리라 다짐을 하다 보면 점점 더 마음이 들뜬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제멋대로 목적지를 마음속으로 재고 있다.

 

 

아쉬운 점은 비닐로 포장되어 내부를 볼 수 없는 책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재미 중 하나는 책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표지만 볼 수 있는 경우는 많이 아쉽다.

 

 

Giving Tree라는 가게 이름과 잘 어울리는 그림 한 점이 책에 방해되지 않게 걸려있다. 기빙트리라는 이름은 역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뜻하는 거겠지?

 

 

방으로 나뉜 공간에 또 다른 책꽂이가 있다. 이곳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고책들이 구비되어있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편하게 읽어보라는 안내문구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가 다섯 개. 저마다 하나씩 켜진 조명이 어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이 조명, 책 읽기에 불편하지 않을까 싶은 약간 낮은 조도가 걱정스럽다. 사장님이 애써 고르신 것이니 괜찮겠지 생각해본다.

 

 

이곳이 참 예쁜데 카메라에 그대로 담기지 않아서 속상하다. 밝은 햇살이 커튼을 통과하며 한풀 숨을 죽인 채 들어오는 창가에 나란히 놓인 책들이 참 곱다. 파란 꽃이 그려진 예쁜 표지의 책을 집어 들고 보니 시집이다. 겨울에 해당하는 3개의 달에 날짜별로 수록된 시들이 있다.

 

기빙트리 제로 웨이스트 존 사진

 

이곳은 제로 웨이스트 존이다. 말 그대로 환경을 생각해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대나무 칫솔부터 고체 치약, 천연 수세미, 세안 타월, 스크럽 타올, 비누, 재활용 재료로 만들어진 연필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니 꼼꼼히 둘러보고 필요한 것만 구매할 것!

 

 

처음엔 스치듯 사진만 찍고 지나쳤던 작은 책꽂이인데 다시 보니 사고 싶었던 윤동주 님의 시집이 꽂혀있다. 이런 작은 서점에서 예상치 못하게 만나니 더욱 반갑다.

 

기빙트리 공정무역 상품 존

 

그 옆으로는 공정무역 제품들이 줄지어 서있다.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좀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윤리적인 무역을 말한다. 단순한 서점의 역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운영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로 웨이스트가 그렇고 공정무역이 그렇다.

 

 

와인병이 놓인 선반. 이 와인도 파는 걸까? 미처 여쭤보지 못한 궁금증이 뒤늦게 찾아온다. 정말 무엇이든 잘 어울리는 서점이다 싶다. 이 세상을 위해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 놓여있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사장님이 직접 일어나 가게의 이것저것을 설명해주신다. 가게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얼굴과 말투에 마음이 둥글어진다. 문학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 시집 두 권을 고르게 만든 무적의 서점에 잘 어울리는 사장님이다.

 

 

가게 앞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동네책방'이라고 적혀있다. 이렇게 서점을 사랑하는 사장님이 계시고,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하고, 좋은 책과 공간이 있는 동네책방이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 위치 및 정보

 

 

양산 물금 서점 : 기빙트리 Giving tree

매주 화-일 11:00-20:00(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