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변에서부터 제법 멀찍이 떨어진 곳에 나 홀로 떨어진 조그만 소품샵이 있다. 여기저기 볼 겸 걸어서 도착할 때쯤 비가 내릴락 말락 흐린 날이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좀 더 작은 가게 안에 다양한 제품을 품고 있는일년삼백육십오일크리스마스, 일명 일삼크라는 소품샵이다.

하얀 벽과 나무색 테두리로 된 유리문을 가진 깔끔한 외관, 그리고 몹시 긴 이름을 가진 곳. 빈티지 소품샵이라기엔 매우 깔끔한 느낌의 외부.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내부도 아주 깔끔 그 자체.

동그란 모양의 로고가 박힌 입간판이 반겨주는 곳. 별다른 정식도 없는 깔끔한 로고인데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색이 곁들여진 초록색 리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가게의 이름 때문일까.

외벽처럼 하얀 진열장에 놓인 오브제들. 분명 다양한 색상을 지니고 있는데 왜 일삼크를 떠올리면 흑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걸까.

너무나 예쁜 와인잔들, 접시, 트레이 같은 다양한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물건들이 제멋대로 놓여있는 것 같아도 너저분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 마음에 든다.

무엇을 담으면 좋을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물건들, 예쁜 분홍 장밋빛의 유리로 된 커피잔. 긴 목의 투명한 와인잔과 라탄 바구니들. 소재도 모양도 제각각인데 이 가게의 분위기에 잘 녹아난다.

일삼크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아늑하게 하는데에 분명 이 자수 패브릭도 한몫하고 있다. 파스텔톤의 꽃이 알록달록하게 수 놓인 하얀 천. 그 아래 놓은 여러 가지 소재의 물건들.

마치 잘 정리된 누군가의 예쁜 주방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착착 쌓인 그릇들과 제자리에 꽂인 접시, 줄지어 서있는 유리잔들. 가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내가 살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릇 종류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의아해진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예쁜 접시들 위로 케이크, 아니면 과일. 맛있는 음식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유리접시도 내열유리로 된 조그만 잔도 너무 예쁘다.

싱크대에 접힌 빈티지 패브릭이 눈을 끈다. 자수가 놓인 것도, 레이스로 된 것도 곱게 접혀 자리 잡고 있다. 하나씩 펼쳐보면 그림 같은 자수가 나타난다.

왜 여기는 가구도 예쁠까? 집게핀이 줄줄이 놓여있는 옆엔 예쁜 꽃이 그려진 커피잔. 자개로 만들어진 트레이들.


인스타에서 보았던 유리 캔들 홀더. 반들반들하고 도톰한 유리로 만들어진 홀더가 너무 예쁘다. 어두운 곳에서 동그란 향초 3개를 태우면 정말 예쁠 것 같다.


일삼크는 예쁘게 꾸며진 주방 그 자체다. 사장님이 꿈꾸던 곳이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담아내고, 비워진 접시를 깨끗이 씻어 하얀 마른행주로 닦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곳.

구매한 패브릭과 커트러리가 포장되는 동안 다시 한번 가게 내부를 훑는다. 떠나기가 아쉬운 공간이다. 아늑한 분위기도 좋고 구석구석 사장님이 신경 써 고른 티가 나는 물건들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곳이다. 무엇보다 친절한 사장님이 있는 곳.

내 기억보다 훨씬 컬러풀했던 일삼크. 요즘도 종종 인스타그램을 염탐하고 있는, 탐나는 물건이 잔뜩 있는 곳이다. 일삼크라고 적힌 종이봉투도, 로고가 그려진 하얀 스티커도 이곳과 정말 찰떡이다. 오늘도 좋은 시간 감사합니다.
※ 위치 및 정보
(다음 지도에 등록되어있지 않아 주소로 표시함)
광안리 소품샵 : 일년삼백육십오일크리스마스(일삼크)
12:00-19:00(휴무는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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