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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일상

[신창동] 함께 인생을 이야기 하는, 독립서점 - 책방오월, 더 타로

걷기도 괜찮고, 버스를 타기도 좋은 위치에 있는 줄도 몰랐던 서점이 있었다. 물론 지하철도 괜찮다. 자갈치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방문해보고 알았다. 자주 지나쳤던 길에 있는 서점을 왜 존재조차 몰랐는지를. 책방오월은 많은 사람이 지나는 길에서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골목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보이는 위치라 바닥을 치는 나의 관찰력과 주변에 대한 관심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리를 통해 따뜻한 조명빛이 골목을 가득 채울 듯이, 하지만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다. 독립서점이라는 소개 아래 '더 타로 심리상담협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타로를 보러 간 적은 별로 없지만 항상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구체적으로 질문할수록 좋다는데 내 고민은 추상적이고 두리뭉실하기만 해서 질문을 고르지 못했었다. 과연 이곳의 타로 상담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다음에는 타로 상담을 예약해봐야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커다란 테이블 끝에 나란히 누워있는 책들이 보인다. 보통은 테이블을 가득 채울 정도로 책이 많은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끄트머리만 채워진 곳은 또 처음이다. 아마 나머지 자리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비워둔 것이 아닌가 싶다.

 

 

가게 내부로 들어와도 흔한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는다. 대신 누군가의 말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온다. 고민을 털어놓는 한 사람과 답을 건네는 한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사를 대신한 공간. 과연 책방오월과 더 타로가 공존하고 있다.

 

 

나뭇결이 살아있는 벽 위에 붙은 엽서와 포스터, 커다란 꽃 오브제. 전등 스위치조차 하나의 엽서인 듯 몸을 숨기고 있다.

 

 

메뉴판이 놓여 있을 법한 자리에 짧은 카툰이 인쇄된 종이가 놓여있다. 마녀모자를 쓴 여자가 단호한 상담을 하는 만화다. 나에게도 이렇게 단호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상담자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의자 위에 놓인 두 권의 책 중 한 권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온다.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도 괜찮아>라고 들은 적이 있었나? 아니, 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가? 괜히 뭉클하고 울컥해지는 제목을 가진 책이다. 누군가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 마음속이 따스해진다. 꼭 내용을 다 읽지 않아도 제목만으로도 위로를 건넨다. 이런 것이 글의 힘이 아닌가 싶다.

 

 

양쪽 벽면으로 커다란 책꽂이에 책이 가득하다. 역시 서있는 책보다 누워있는 책 쪽으로 쉽게 눈이 간다. 서점에서 내가 읽은 책을 만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읽은 책이 많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하나는 하태완 작가님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인데 읽은 지 오래되어 상세하게 글의 내용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간질거릴 정도로 달콤한 시가 실려있는 책이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정말 이렇게 다디단 일인지 마냥 궁금했던 책이었다.

 

 

두 번째는 얼마 전에 읽은 유희경 작가님의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이다. 나에게 작은 서점에서의 일상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책이라 아마 지금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해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할 것 같다.

 

 

책방오월의 한쪽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돌아가고 있다. 어느 리뷰에서는 <이웃집 토토로>였다고 하는데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틀어두는 것일까?

 

 

책을 포장해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사장님이 급하게 불러 세운다. 우산꽂이에 꽂인 우산을 보고 챙겨갈 수 있게 부르신 거였다. 물론 우산은 내 것이 아니었지만 이런 사소한 배려에 기분이 조금 좋아진다.

 

 

 

※ 위치 및 정보

 

 

부산 신창동(남포동) 독립서점 : 책방오월, 더 타로

매주 일요일, 공휴일 휴무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