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이다. 가방은 무거운데 종이백은 터지고, 이건 뭐 어쩌라는 건가 싶다. 일단 30분에 한 대 오는 버스에서 내렸으니 가려고 한 곳엔 가보자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종이백을 끌어안고 조금 걷다보니 다행히 금방 나온다. 리틀티가든이라는 이름을 보자 안도감이 든다. 여행에 때맞춰 오른 기온 탓에 덥고 손이 무거운 나는 외관은 빨리 찍어버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쉽게 3월부터 노애니멀존이 되었다는 소식이다.

리틀티가든은 연중무휴! 사랑합니다♥♥

그래, 나 여기 차 마시러 왔지. 종이가방이 터지던 순간 날아간 여유가 되살아난다. 부드러운 음악과 조용조용한 사장님이 맞아주는 공간은 급할 것 없이 느긋한 느낌이다. 체면 불구하고 무거운 가방과 종이백부터 내려놓았다. 주문은 그다음.

다양한 종류의 차가 시향 할 수 있도록 진열되어있고 나머지는 구매만 가능하다고 한다. 옆에 한종류지만 시음할 수 있는 차도 있었다.






이것저것 향을 맡아보고 마리아 엘레나를 선택했다 푸드는 파니니 플레이트를 미리 보고 온 터였다.

이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있는 셀프바도 있다.



주문한 차와 음식이 나오는 동안 1, 2층, 정원 공간과 구매 가능한 나머지 차들을 구경했다.



1층 정원에도 자리가 많다. 날은 충분히 따뜻하지만 해가 뜨거워서 안에 앉기로 한다. 정원에서는 종이잔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주문할 때 야외석에 앉겠다고 말씀드려야 한다.

정원에서 바라본 리틀티가든 건물. 세련된 잿빛의 건물이 느긋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가파른 편이니 주의해야 한다.


2층에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룸 공간의 좌석. 좀 더 사적인 분위기로 편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2층에도 테이블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방문한 날은 손님이 나뿐이라 모든 공간을 전세 낸 것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2층 야외 자리.

뷰가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마음 편해지는 느낌.

모두 차의 향을 맡아봤다. 차를 시향 할 때 찻잎을 덮어둔 뚜껑의 향을 맡으면 시향이 편하다고 하셨다. 찻잎마다 향이 제각각 매력적이라 어느 것 하나만 고르기가 힘들다.


판매하고 있는 세트 상품과 한 종류씩 구매할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가격이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다.


한편에 놓여있는 상장, 자격증, 그리고 설문조사. 설문조사를 하면 선물을 주신다. 선물은 비밀~


주문한 파니니 플레이트와 마리아 엘레나를 자리로 옮긴 뒤 시원한 차부터 한 모금 마셨다.

우아한 황금빛의 차는 은은한 향에 깔끔한 맛이다. 캐모마일이 우롱차와 라벤더를 만나 나에게는 연하고 부드러운 쑥 향처럼 느껴졌다. 내 취향에 맞춘 듯한 차를 고른 나 자신에게 칭찬 한마디를 해줘야겠다.

바삭하게 구워진 파니니를 한 입 먹었다. 여기...파니니 맛집인데? 맛없기도 힘든 조합이긴 하지만 바삭한 빵에 녹진하게 녹아내린 치즈의 풍미가 아주 좋다. 신선한 샐러드도 좋은데 위에 올라간 토마토가 너무 맛있다. 얘 토마토 맞아? 왜 이렇게 달지?

곁들여진 피클은 상큼하고 매콤하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뽀득한 소시지도 짜지 않은 맛으로 제 몫을 다한다.

리틀티가든은 방문하기 좋은 위치는 아니다. 뚜벅이는 오기 힘든 곳이고 오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여길 찾는다면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하다.
하지만 이 여유로운 공간과 향긋한 차가 맛있기까지 한 곳을 나 혼자 차지하고 있는 것이 조금 안타깝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곳이 집 근처에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먼 곳에 있는 것이 슬프다.
+ 석남사와 리틀티가든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 며칠 뒤 가족과 함께 재방문했다. 이런, 내가 앉았던 자리가 바뀌었다. 배치와 의자가 바뀌어서 아늑해 보이던 느낌이 사라졌다. 아쉬운 부분이다.

이 날은 레몬허브티에이드와 진저브레드(ice), 마리아 엘레나(hot)과 0g 슈퍼퓨드 스콘 중 단호박 , 0g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주문했다.

레몬허브티에이드는 달달함이 별로 없고 탄산이 약한 레모네이드 맛. 잘 섞어서 마셔야 맛있다.

마리아 엘레나는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저번엔 시원하게, 이번에는 따뜻하게 마셨는데 둘 다 아주 좋았다.

진저브레드는 보통 생강차보다 매운맛과 단맛이 줄어든 시원한 맛이었다. 따뜻하게 마셔도 좋을 것 같다.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만들었다는 단호박 스콘은 끝에 단호박 향이 살짝 스치는 조금은 퍽퍽한, 건강한 맛의 스콘이었다. 예쁜 꽃 모양이라 보는 재미도 있었다.

설탕, 곡물, 전분, 인공 착향료 없이 만들어진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 위치 및 정보
울산 울주군 티카페 : 리틀티가든
연중무휴(닫는 시간은 위의 사진 참고)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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