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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일상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마스다 미리

F1963에 갔을 때 Yes24 중고서점을 방문했다. 중고물품은 싫어해서 아무것도 살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하고, 전자책으로는 발매되어있지 않아서 구매해버렸다. 참, 같은 책이라도 책의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다르니 잘 뒤져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대리만족할 수도 있고, 언젠가 떠날 여행의 정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에세이의 여행지가 마음에 들어야 읽게 된다.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 표지 사진

 

그렇다면 핀란드는 어떤가 하면, 1%의 방문 의사도 없었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냥 로망을 품을만한 나라도 아니다. 물론 유럽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것이 하나의 꿈이긴 한데 그중 핀란드가 끼어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여행에 대한 갈망이 가득 차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미 차오를 대로 차올라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가 된 것이 아닐까? 그 '어디'가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핀란드라도 좋다는, 그런 상태.

 

 

어딘가 아름다운 곳을 보고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었나?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감동을 받은 적은 몇 번 있었다. 아주 큰 감동을 느낀 적도 분명 있었다. 그런데 눈물 흘리 적이 있었던가? 흘릴 뻔 한 적은 있는 것 같다. 부럽다. 이런 감정의 요동이, 나에게는 없는 것이라서. 없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워하고 만다.

 

 

마스다 미리는 작가님이다. 스스로의 격언이다. 그런데 내 마음에도 쏙 들어서 사진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누구나 무지개를 좋아하지만 결국은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봐야만 무지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드는 순간. 반드시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중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걸음 물러서 보면 알게 되는 것들 중에 하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 나에게 있었나?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다. 후회의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나에게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순간은 역시 여행인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여행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은 나의 소중한 추억이자 자산이 되었다.

 

 

굉장해, 잘했어, 수고했어. 누군가 다른 이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하면 될 일이다. 나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커다란 것은 나 자신이니까. 그런 사람이 해주는 말이다. 소중하지 않을 리가 없다.

 

 

무민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나는 해티패티도 모른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귀도 들리지 않고 말도 못 하는, 지평선을 향해 가는 생물. 어떻게 해도 닿을 수 없는 지평선을 향해 떠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 아니면 끝없는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일까.

 

 

후회를 줄이려면 물건을 살 때 주의할 일이 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산다. 그리고 비슷한(특히 똑같지만 다른 곳에서 파는) 물건과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할 대상이 생기면 결국 후회하고 만다. 그래서 나의 감을 믿고 그냥 산다. 그리고 잘 쓰면 그만이다.

 

 

미술에는 무지한 나부랭이라서 어렵고 난해한 전시회를 가면 멍하게 있기 십상이다. 그래서 쉽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좋다. 꼭 어렵게 꼬아놓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무언가 느낄 수 있는 전시에 가면 행복하다.

작품을 보며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고, 또는 감동하거나 감탄하고, 때로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고. 나의 그런 부분도 작가가 의도한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감상하면 즐겁다.



책을 읽으며 계속 생각했던 것인데 핀란드 가게명이나 음식명 같은 것이 꼭 일본어 같다. 종종 '이거 일본어 아닌가?' 싶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핀란드에 많이들 가는 걸까? 알 수는 없지만 몹시 궁금하다.

 

 

이미지 출처 https://marimekko.kr
이미지 출처 https://marimekko.kr

 

이 책에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마리메꼬'다. 나만 모르고 남들은 아는 그런 브랜드 중 하나겠지. 작가는 마리메꼬에서 선물을 사고, 직원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을 즐긴다. 궁금해서 책을 읽다 말고 검색도 해봤다. 내 취향인 것과 아닌 것이 적절히 섞인 홈페이지가 나온다. 특히 유명하다는 우니꼬 패턴의 원피스는 다행히 내 취향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http://wirkkalabryk.fi/rut-bryk/

 

루트 브뤼크(브뤽)의 작품을 보기 위해 EMMA라는 박물관을 방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은 나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 또 검색.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핀란드 도예 예술가인 듯하다. 검색해보아도 유의미한 결과가 몇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예쁜 작품들이 몇몇 보여 괜히 EMMA도 검색해본다. 지금은 전시되고 있지 않은지 리스트에서 빠져있었다. 당장 갈 수 있는 곳도 아닌데 괜히 아쉬워진다.

 

 

<생각하고 싶어서 떠난 핀란드 여행>의 마지막 내용. 이 작가님 시나몬 롤에 너무나 진심이다. 영어 예문이 전부 시나몬 롤에 대한 내용이다. 귀여우셔...



에스토니아 탈린의 라에코야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 에피소드가 짧게 등장한다. 평범하게 방문했던 곳 중에 하나이지만 나는 마음이 끌렸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내가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비록 놀이기구는 어린이용이라 따지 못하겠지만 우리나라와는 다른 크리스마스의 풍경 속에 들어가 마음껏 느껴보고 싶다.

 



예상치 못하게 만난 하나의 책 덕분에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 또 많이 늘었다. 가고 싶은 곳이 생긴다는 건 삶의 이유가 되어준다. 작고 별 것 아닌 이유들이 모여 나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