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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일상

[거제동] 유인글래스 : 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소형램프 제작 원데이클래스

날씨가 흐릿한 것이 어째 분위기가 스산하다 싶었는데 공방이 있는 시청 근처에 도착하니 기분이 확 좋아졌다. 아직 우리 동네엔 덜 만개한 벚꽃이 이곳은 활짝 피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벚꽃잎에 비처럼 내리는 것을 눈으로 따라 내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덕분에 오늘 하루가 행복해질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유인글래스의 위치를 파악해두고 시간을 확인한다. 아직 15분가량 남았으니 커피를 사기로 한다. 마침 공방 입구 바로 옆에 카페가 있다. 조그만 카페에서 카페라떼 두 잔을 샀다. 취향을 모를 때는 이게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카노를 싫어해도 카페라떼는 마실만 하다. 커피를 계산하는데 유인글래스 팸플릿이 계산대에 놓여있다. 내가 여기 가는지 어떻게 아시고. 괜히 반가워서 한 장 넘겨본다

 

유인글래스 입구 사진

 

선명한 하늘색 간판이 있는 2층에 유인글래스가 있다. 카페 입간판이 더 크게 나온 것 같지만 착각이라고 믿어버린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2층으로 올라간다.

 

유인글래스 내부 공간 사진

 

공간이 제법 넓다. 작업대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고 창가엔 유리가 한가득, 안쪽 가벽엔 도안처럼 보이는 종이들이 착착 정리되어 있다. 처음엔 용도를 모를 물건들도 제법 보인다.

 

 

내부에는 구경할 것 투성이다. 눈만 돌리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니 구경하는 것만 한세월이다. 특히 조명 종류가 엄청 많다. 온갖 색깔의 유리로 만들어진 다양한 전등갓이 반짝거리며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고른 디자인의 램프 사진

 

내가 점찍은 디자인의 조명도 보인다. 이건 투명한 유리 한 가지로만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나는 다양한 색상의 유리를 사용할 생각이다.

 

 

예쁜 분홍색의 요정 날개를 닮은 조명도 보인다. 살포시 접은 날개를 떠오르게 한다. 요정, 아니면 반딧불이 같은 반짝이는 작은 생명의 날개일 것 같다.

 

 

체크무늬 유리는 처음이라 많이 신기했다. 체크무늬도 다양한 색깔로 준비되어 있으니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작은 화분이 있는 이 트레이도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른 작품과는 달리 까만색으로 변화를 준 용접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여쭤보니 이 트레이 디자인도 원데이클래스가 가능하다고 한다. 어쩌면 또다시 유인글래스를 방문할 이유가 생긴 건지도 모른다.

 

 

 

 

유리공예 원데이클래스는 크게 7단계로 진행된다. 원래는 도안 선택 후 유리 선택 > 유리에 도안 그리기 > 컷팅 > 그라인딩 > 동 테이프 감기 > 납땜 순인데 나는 도안을 정하고 왔기 때문에 디자인 선택은 건너뛰었다.

 

다양한 유리 사진

 

자, 수업을 시작할 시간이다. 앞치마, 팔토시, 장갑까지 장착하고 조명에 들어갈 유리를 고를 차례. 다양한 종류의 유리를 마주하면 선택 장애가 온다. 무늬, 투명도, 프린트, 색상이 제각각인 유리들이 가득하다. 한 장씩 꺼내 빛을 비춰보면 고르면 되는데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유인글래스 도안 그리기 사진

 

겨우 유리 선택을 마치면 이제는 도안을 유리 위에 그려야 한다. 윗면에 무늬가 있어 굴곡이 있는 유리는 뒤집어 뒷면에 도안을 그린다. 접한 면은 붙여서 그리는데 선을 잘 맞춰야한다. 나는 도안의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애를 먹었다.

 

유리 자르기에 사용하는 유리칼 사진

 

도안을 다 그렸다면? 이제는 유리칼이 나설 차례다. 이 녀석이 유리칼인데 은근 다루기 어렵다. 거의 90도 가까이 세워서 꾹 눌러 잘라야 제대로 잘리고, 곡선은 선을 따라 몸을 움직이며 잘라야 하는데 나는 곡선 자르기를 영 못했다. 그나마 곡선이 짧고 별로 굴곡이 없는 디자인이라 다행이었다. 정말 못 자른다고 해도 걱정은 없다. 선생님이 다 수습해주신다.(선생님 믿고 막 해버린 학생) 칼로 자른 뒤 똑똑 부러지는 게 은근히 쾌감이 장난 아니다.

 

유리 그라인딩 사진

 

이렇게 모든 면의 유리를 다 자르면 자르기 종료! 이젠 그라인딩이다. 도안으로 그린 선을 없애고 모양에 맞게 갈아낸다. 유리를 자른 단면을 다듬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재밌었던 작업인데 재밌어 한 덕분에 곡면을 너무 많이 갈아버렸다. 나중에 맞추고 보니 갈아낸 곡선의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웃겼다.

 

 

짜잔~ 그라인딩 작업 후 모양에 맞춰 놓은 유리조각들. 이만큼만 했는데도 너무 예쁜거 보이시는지? 다 선생님 덕분에 이만큼 완성도가 올라갔는데도 내가 뿌듯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라인딩 작업 후 손을 씻으러 세면대로 갔는데 귀여운 토토로 인센스 홀더가 놓여있다. 이거...탐난다.

 

유리에 동 테이프 감은 사진

 

다음은 동 테이프 감기. 유리에는 납이 붙지 않기 때문에 동 테이프를 감아 그 위에 납땜을 한다. 보기 좋게 완성하기 위해서는 유리의 양쪽에 테이프를 똑같은 길이만큼 붙이는게 중요하다. 잘 붙였다면 막대 같은 것으로 긁으며 붙인다. 거의 유일하게 내가 잘한 부분.

 

램프의 각 면 모양 맞추기 사진

 

큰 순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테이프를 붙이고 나면 납뗌 전에 각 면의 모양 맞추기를 한다. 이때 잘 잘랐는지, 잘 갈았는지 다 들통난다. 왜 이렇게 크기가 제각각이란 말인가?! 너무 크기며 모양이 제멋대로라서 좀 창피했다. 이런 모양새를 보고도 한숨 한 번 안 쉬는 선생님, 대단하시다.

 

납뗌 사진

 

다음은 대망의 납뗌. 이건 정말 어려웠고, 또 위험한 작업이기도 해서 나는 체험 정도로만 하고 대부분 선생님이 진행해주셨다. 특히 입체로 모양을 만들 때는 거의 선생님이 해주심. 내 조명갓은 빈 공간이 많이 생긴 데다 전체적인 형태가 사각형이라 납뗌이 어려웠다. 선생님이 한참이나 수정해주셔서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 갖춰졌다.

 

유인글래스 원데이클래스 완성된 램프 사진

 

드디어 완성!!!!! 보통 조명 만들게 체험은 3시간 30분~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4시간 반이나 걸렸다. 정성이 잔뜩 들어간 작품이라고 위안 삼아야지. 4면을 모두 다른 유리로 골랐는데 배색이.......여기까지. 내 센스를 믿으면 안 됐는데. 후훗.

 

 

내가 느려서 오래 걸린 것 같아 죄송했는데 선생님이 오히려 미안해하시면서 트레이 하나를 선물로 주셨다. 나야 감사하지만 미안한 이 마음 어쩌지. 제가 느린 거예요, 선생님..죄송합니다.

 

체험을 종료하고 나온 뒤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도 보내주셨다. 제작 중에는 장갑을 거의 계속 끼고 있는 데다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었는데 너무 감사했다. 선생님, 최고! 선생님의 응원이 아니었으면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질뻔한 유리공예 체험, 무사히 종료했다.

 

 

 

※ 위치 및 정보

 

(다음 지도에 등록되어있지 않아 주소로 표시함)

 

부산 거제동 유리공예 공방 : 유인글래스 You in glass

매주 월-금 12:00-18:00(클래스 예약은 시간과 별개로 문의)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