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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일상

<원더랜드 - 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 - 금정문화회관

화창한 날씨, 더없이 좋은 기온에 살랑이는 바람을 안고 오늘의 여정에 나선다. 오늘도 부산에서 부산으로의 여행이다. 우연히 네이버 우리 동네 탭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알게 된 전시였다.


1. 전시 정보

전시명 : 원더랜드 - 당신의 원더랜드를 찾아서
일시 : 22-04-08 ~ 22-06-03, 10:00 - 18:00
위치 : 금정문화회관 생활문화관 전시실 1, 2, 3
관람료 : 무료

 

 

금정문화회관은 지하철 1호선 구서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의 위치에 있다. 생활문화관은 입구의 왼쪽에 있으며,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어 헤매지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

 


건물 정문 옆으로 원더랜드 전시 광고가 붙어있다. 콘셉트 컬러가 핑크인지 온 광고의 배경이 핑크빛이다.



2. 전시 소개

 


원더랜드는 동화 속 상상의 나라를 뜻하는 영어단어라고 한다. 완벽한 이상향에 가까운 유토피아와는 달리 상상할 수 있는 가시적인 이상 세계라는 해석에서 시작하여 현대미술작가 5인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3. 작품 소개 및 감상

 


첫번째 주제는 '기억의 원더랜드'이다. 첫 작품은 <바람을 타고 훨훨~>이라는 노동식 작가님의 작품이다. 솜을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흡사 민들레 홀씨를 연상시킨다. 하늘하늘한 씨가 붙은 민들레를 후 불면 바람에 날려가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나저나 민들레 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일까?


두 번째는 나오미 작가님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의 이야기를 찾아 발견하고, 분석하여 재현된 상상의 서사를 만들어 과거를 기억한다'라는 설명을 읽고 멍해져 버렸다. 안돼, 나같이 단순한 녀석에겐 무리다.


작가의 이야기는 근현대사에서 시작한다는 말을 봐서인지 몇몇 그림의 느낌이 옛 광고 같기도 하고 북한의 선전같기도 하다. 다른 작품은 얼핏 민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오미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산의 배꼽>. 다채로운 색상의 작품 중에 검은 빛에 금가루를 두른 잎사귀가 흩날리는 장면이 상당히 화려하다.


두 번째 방의 주제는 '희망의 원더랜드'. 한호 작가님의 <영원한 빛>이다. 한지에 그림을 그리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 뒤 뒤에서 LED조명을 투광하여 화려한 빛을 입힌 작품이다.


커튼을 걷고 들어서면 마치 아홉 폭의 병풍처럼 둘러진 빛의 작품이 드러난다. 작품은 LED의 색이 바뀌며 다양한 느낌을 주는데 작품 속 각 인물로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희망, 유토피아, 원더랜드 같은 단어보다 디스토피아라는 말이 강하게 떠오른다.(디스토피아는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로 역 유토피아라고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토피아의 하늘은 너무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반성의 원더랜드'를 주제로 전시가 이어진다. 구성연 작가님의 <달콤한 환상>은 컬러 프린터로 인쇄된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설탕과 사탕이 매우 유혹적인 형태로 드러나있다. 반들거리며 달큰해 보이는 꽃송이 모양의 사탕이 되기도 하고, 마치 보석 같은 설탕이 되기도 한다.


달콤함은 순간적으로 강한 황홀함을 주고 곧 사라진다. 작가님은 설탕과 사탕의 짧은 달콤함을 물질이 주는 순간적인 행복감과 곧 이어지는 허무함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옆 공간의 전시 작품은 유영운 작가님의 <매스미디어 속의 아이돌>이다. 매스미디어가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믿음을 얻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하며, 미디어의 신뢰성과 그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작품 이라고 한다.


공간에는 8명의 인물이 형상화되어 서있다. 그 모습은 슈퍼스터이기도 하고 영국 여왕이나 교황, 또는 영화 속의 히어로와 히로인이기도 하다. 감상자는 그들의 형태를 보고 정체를 인식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잡지나 전단지 같은 인쇄물로 만들어진 형상일 뿐이다.


슈퍼맨과 원더우먼의 코스튬을 입은 그 형상들은 헝클어진 머리와 마치 울먹이 듯 붉어진 얼굴에 상처 난 듯 울긋불긋한 팔다리를 하고 있다. 어째는 작가님은 이들은 당당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아니라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을까?



4. 총평

작품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 짧으면 30분 내로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전시이다. 영상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천천히 둘러본다고 해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작품을 비추는 조명이 잘 되어있다는 느낌이었고 작품 설명이나 작품명이 찾기 쉬운 위치에 부착되어있다.

평일에 방문해서인지 혼자서 느긋하게 관람이 가능했다. 이런 조용하고 여유로운 전시 관람은 일상의 선물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