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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일상

[중앙동] 책과 현실을 이어주는 독립서점 - 주책공사

독립서점 주책공사의 정면 사진

 

지하철 1호선 중앙동 1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에어컨 실외기를 머리 위에 얹은 독립서점 주책공사가 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종종 내다보곤 했던 이 서점은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현장소장으로 스스로를 칭하는 사장님이 있는 곳이자 매달 마지막날이면 책방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글을 쓰는 사장님이 있는 곳. 어쩐지 방문하기 전부터 기분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인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맞이한 테이블에는 작은 나무 스탬프들이 잔뜩 놓여있다. 직접 찍어갈 수 있도록 준비된 스탬프 중 몇 개를 들어 바닥을 확인해보고 나중에 찍어가야지 마음먹었는데 그만 홀랑 잊고 나와버렸다. 어차피 구매한 책은 예쁘게 포장되어있어 찍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보기 좋게 뉘여진 책표지들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이렇게 누워있는 책을 좋아하는 나는 쉽게 표지를 볼 수 있어서 대만족이다. 역시 표지를 보는 쪽이 책의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벽을 가득히 채운 서가에 빼곡히 꽂인 책들.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놓인 책들을 주로 보느라 꽂여 있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도 주책공사에 제법 긴 시간을 머물렀다. 나는 왜 이 많은 책을 놓치고 왔을까. 헛헛한 웃음이 절로 난다. 그나마 이곳이 가까워서 다행이다.

 

 

벽에 비스듬히 만든 계단 책장에 책이 꽂혀있다. 이 책들은 판매용은 아니고 읽을 수 있도록 마련된 책들이다. 읽다가 마음에 들면 주문이 가능하니 많이들 읽어주시길. 그리고 좋은 책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을 담아 곱게 다뤄주시길 바래본다.

 

 

책날개를 펴고 날고 있는 책들. 그 아래의 테이블에는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서재가 있다. 책꽂이에 빼곡한 책들을 등지고 예쁜 빨간 의자가 놓여있는 미니어처다. 여기에 앉아 책을 읽어도 되는 걸까. 작은 테이블이지만 의자까지 착실히 준비되어있다.

 

 

벽에 붙은 접착 종이에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남겨져있다. 작가든 독자든 주책공사에 방문했던,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겠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은 서점이 부럽다.

 

 

역시 주책공사의 특징은 이 추천 코멘트라고 해야겠지. 책마다 작가님들이 남긴 추천사 같은 것이 붙어있다. 각자의 분위기가 어렴풋이 느껴지는 짧고 긴 글을 읽는 동안에도 많은 시간이 흘러간다. 읽게 좋은 깔끔한 필체, 읽기 어려웠던 흘림체. 글씨도 글과 작가를 닮아있지 않을까 유심히 보기도 한다.

 

 

책이 가득 쌓여있는 테이블의 왼쪽에 카운터가 있는데 카운터 쪽에도 책이 잔뜩 쌓여있다. 이곳은 사장님, 아니 현장소장님의 공간이다.

 

 

카운터 앞에서 바라본 주책공사의 모습. 사진이 왜곡되어 좀 길쭉하게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네모난 공간 속에 책이 가득가득하다.

 

 

여기 카운터에서 골라온 책을 사장님께 내밀었다. 바빠 보이시던 사장님이 웃으며 계산을 마치고 종이봉투에 책을 담아주신다.

 

 

이미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상태인 내가 고른 책,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 골목 한편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곰돌이의 이야기인 소설책이다. 사실 소설인지는 구매하고 나서 알았다. 책방 이야기라고 해서,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이렇게 뭐든 대충 보고 고른다, 나는.

 

 

'책'이라고 떡하니 쓰여있는 종이봉투를 들고 주책공사를 나서는 길, 창가의 테이블에 나의 것이 된 책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 안과 바깥은 엄연히 다른 세상. 창밖에 주차된 차들을 바라보며 현실의 세계로 돌아가야할 시간이다.

 

주책공사의 욕봤다통 사진

 

'욕봤다 통'이라고 써있는 주책공사의 마스코트, 빨간 우체통. 이 우체통은 책을 구매한 뒤 영수증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영수증을 넣는 곳이라고 하셨다. 나도 작은 행운을 빌며 우체통에 영수증을 넣었다. 그리고 바로 후회. 영수증이 없으면 리뷰를 남길 수가 없는데!! 이미 넣은 것을 어쩌나. 다시 꺼낼 수도 없는데.

 

 

길가에 분홍 꽃망울을 틔운 꽃과 함께 나의 책을 찍어본다. 현실에도 회색 건물과 무채색 자동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책 속의 세상과 나의 현실을 이어 줄 이런 몇 송이의 꽃이 필요하다.

 

 

 

※ 위치 및 정보

 

 

부산 중앙동 독립서점 : 주책공사

매주 월-토 11:00-20:00(매주 일요일 정기휴무)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