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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일상

[연산동] 다양한 취향의 책방, 서점 - 카프카의 밤

카프카의 밤 입구 사진

 

예정보다 상당히 늦어진 시간, 부랴부랴 택시에서 내린 곳에 선명한 청록빛의 캐노피를 드리운 독립서점 카프카의 밤이 있다. 뒤로 돌면 연산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도서관 앞에 서점이 있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대체 얼마나 담대한 사람이기에 도서관 앞에 서점을 열 생각을 한 것일까? 도서관과 서점, 서로 닮은 듯 다른 두 공간이 마주한 재밌는 이 골목이 살짝 마음에 들려고 하는 순간이다.

분명 연산동에 있지만 지하철 1호선 연산역에서 걸어오기엔 다소 먼, 약 4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이 곳은 캐노피 제일 앞에 쓰여 있듯 책방이다. 사실 연산역에서만 먼 것이 아니라 우리집에서도 꽤 멀어서 유리공예 체험차 유인글래스에 방문한 날 같이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사실 유인글래스에서도 가깝지가 않아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도 왜 굳이 같은 날 방문하냐면 집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가깝기 때문이다.

 

[일상이야기] - [부산 거제동] 유인글래스 : 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소형램프 제작 원데이클래스

 

[부산 거제동] 유인글래스 : 스테인드글라스 유리공예 소형램프 제작 원데이클래스

날씨가 흐릿한 것이 어째 분위기가 스산하다 싶었는데 공방이 있는 시청 근처에 도착하니 기분이 확 좋아졌다. 아직 우리 동네엔 덜 만개한 벚꽃이 이곳은 활짝 피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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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석에 앉은 사장님의 반가움 섞인 인사가 들린다. 여기를 들어가야 하나 망설이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외관이 전혀 취향이 아닌 탓에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잘한 일인지 잠시 고민되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인사다.

 

 

창가에 놓인 두 개의 바구니 안에 책이 착착 꽂혀있다. 하나같이 책등에 캐노피와 같은 청록색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인 모양새다.(스티커가 붙은 책은 반값 할인도서다. 잘 고르면 득템!) 어째 책 제목 중 마음에 드는 것이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 서점의 외양이 그랬던 것처럼 사장님과 나의 책 취향이 너무 반대면 어쩌나 걱정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출입문의 왼쪽 벽을 채운 책선반이 탁 트여있어 막힘없이 시원해 보여 마음에 들었다. 빽빽하게 꽂힌 책들 중 내 책이 과연 있을까.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히 눈으로 훑는다. 나는 눈이 섬세하질 못해서 사실 꽂혀있는 책보다 여유로운 자리에 눕혀놓은 책들 중에서 고르는 걸 선호한다.

책이 꽂혀있는가 하면 그 앞에 또 세워진 책도 있다. 뭔가 들춰보고 골라내는 재주가 없는 편이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이번에도 휙휙 빠르게 둘러보기만 하게 된다.

 

 

다행히 흥미를 끄는 책들이 보이면 표지를 찍어 기록해둔다. 기억력이 형편없는 탓이다. 아무리 인상 깊었던 책도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서점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얼마 전 읽었던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덕분이다. 조그만 서점지기의 이야기가 좀 더 궁금하고 서점이 사랑스러워졌다.

 

[책 읽는 일상] -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유희경

'세상 어딘가 하나쯤'이란 것은 특별한 것일까 평범한 것일까. 제목을 들을 때마다 궁금해졌다. 누군가는 특별한 것이라는데, 나에겐 더없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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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마음에 드는 제목을 가진 책. 식물을 키우지는 못해도 보는 것은 좋아해서 항상 '초록'이 땡기기 때문에 이 책도 땡겼다. 작가님들 필명도 센스만점이다. 숲과 나무. 책과 찰떡궁합일 수밖에 없는 필명이네.

참고로 사진에서 책 위에 서류봉투에 포장되어 있는 책이 사진 속의 <초록이 땡긴다>이다. 제목이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어서 몰랐는데 구매할 때 사장님께서 새책으로 주시겠다며 서류봉투에 포장된 것을 주셨다.

 

 

바로 코너를 끼고 마주한 책꽂이. 문학서적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듯하다. 문학작품을 못 읽는 나를 위해 빨리 지나치기로 한다.

 

 

가운데 위치한 테이블에는 서점과 부산을 키워드로 한 책이 많이 있었다. 물론 반 정도는 다른 주제의 책이지만.

 

 

반대편 책꽂이에도 책이 가득하다. 서점이니까, 당연한 말이다. 정말이지 주제가 다양해서 한참을 뒤적거렸다. 세로로 꽂혀있는 책 위에 누워있는 책도 있어서 숨바꼭질하듯 책을 찾아가며 봐야 했다. 그것도 카프카의 밤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일부이니 그대로 즐기면 된다.

 

 

그림과 글이 섞여있는 흥미로운 책 한 권. 첫 부분만 읽어보고 골랐는데 이북으로도 출간되어있다고 해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 교토에 있는 작은 찻집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일본에 대한 책을 자주 사게 된다. 여행이 그리운가 보다.

 

 

부산에 대한 책이 모여있던 코너. 카프카의 밤에는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이 있었는데 그중 부산에 대한 책이 제법 많았다. 자리 잡은 도시를 사랑하는 것, 그것도 이 책방의 사랑스러운 개성 중 하나다.

 

 

서점 구석 테이블에 놓인 타자기. 아마 요즘에는 타자기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타자기를 쳐본 적이 있다. 친구 집에 있건 오래된 타자기였는데 그때 당시에도 타자기는 보기 힘든 때여서 상당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타자기와의 추억은 그 잠시 뿐인데도 어딘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과연 이 타자기는 지금도 작동이 되는지 궁금하다.

 

 

서점의 굿즈인지 이런저런 물건들이 서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건 설마 잉크? 요즘 글씨를 배우고 있는데 만년필을 쓰고 있어서 잉크에도 눈이 갔다. 다양한 잉크를 모으는 재미에도 눈을 떠버려서 아주 위험하다.

 

 

에코백도 눈에 띄지만 더 재밌는 건 아래에 있는 스마트폰용 잠자리다. 조그만 베개와 이불까지 제대로 갖춰진 것이 너무나 귀엽다. 저 위에 스마트폰을 얹어놓고 구경하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아마 5분도 못 참고 다시 폰을 집어 들지 않을까 싶다.

 

 

카운터 옆에 있던 액자와 엽서 꽂이. 처음엔 있는지 몰랐는데 사장님이 공짜라며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다. 대한민국에 쓰레기를 주우러 왔다는 펭귄이 그려진 엽서 시리즈가 정말 귀엽다. 몽땅 쓸어오고 싶었지만 양심상 각자 다른 디자인으로 3장만 챙겼다.

예상보다 취향저격의 책이 많아서 과소비를 해버렸지만 책이니까 마음의 양식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는다. 사장님이 다 좋아하는 책들이라고 해주셔서 몹시 기뻤다. 물론 손님이라면 누구에게나 건네는 입버릇 같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정말 괜찮은 책들을 고른 것 같아서 행복해졌다.

고른 책 중에서 SAMPLE이라고 쓰여있는 책들은 따로 할인도 받아서 예상보다 저렴하게 마음에 드는 책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책을 구매해서인지 사장님께서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는데 엽서며 카프카의 밤 양장 노트, 심지어는 타트체리즙까지 주셔서 좀 웃었다.

어쩐지 말이 깔끔하지 못하고 빙빙 돈다. 글을 쓰는 손가락이 자꾸만 멈칫거린다. 그렇다. 나는 긴장하고 있다. 며칠 전 방문했던, 아주 마음에 쏙든 이곳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머리만 복잡한 탓에 손이 자꾸 느려진다. 이래서 어딘가가 너무 마음에 들면 곤란하다. 좀 더 잘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도리어 글을 쓰기가 힘들어진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곳이 아주 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카프카의 밤'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 위치 및 정보

 

 

연산동 책방 : 카프카의 밤

매주 화-금 15:00-20:00, 토, 일 13:00-18:00(월요일 정기휴무)

 

 

 

 

* 이 후기는 내돈내산으로 체험 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