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양산 물금] 맛있는 덮밥집 - 진리식당 하늘이 너무 예뻐서 기분도 화사해지는 날이다. 기차를 타러 가던 중 문득 생각이 바뀌어 계획을 수정했다. 원래 혼자 돌아다닐 때는 밥을 따로 챙겨 먹지 않는데, 오늘은 맛 좋은 식당에 가기로 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인터넷으로 봐 두었다가 최종 리스트에서 빠졌던 진리식당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옛날집처럼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외관이 유독 어두워 장사를 쉬는 날인가 싶었는데 다행히 안에 사람이 보인다. 맛집은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는 법이다. 가게 앞에 서있는 키오스크를 보니 다행히 대기인원은 0명. 일치감치 길을 나서 거의 문을 열자마자 도착한 덕에 대기 없이 입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미 좁은 가게 안엔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 4인 테이블을 차지한 손님 3명과 보이지.. 더보기
[연산동] 예쁜 이름의 크로플 맛집, 디저트 카페 - 마름달 나흘 부산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10분쯤 떨어진 곳에 카페 마름달 나흘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위에 카페의 출입구라는 표시가 붙어있고 옆에는 메뉴의 사진이 있는 입간판이 서있다. 마름달 나흘. 분명 날짜이긴 한데 몇 월인지 모르겠다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마름달은 11월이다. 녹색연합이라는 곳에서 만든 우리말 달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 순우리말의 11월은 미틈달이라는데 발음상 마름달이 더 예쁜 것 같기도 하다. 참고로 1월은 해오름달, 2월은 시샘달, 3월은 물오름달, 4월은 잎새달, 5월은 푸른달, 6월은 누리달, 7월은 견우직녀달, 8월은 타오름달, 9월은 열매, 10월은 하늘연달, 11월은 미틈달, 12월은 매듭달이라고 한다. 너무 예쁜 이름들이니 기억해둬야겠다. 들어가는 입구에 엽업.. 더보기
[광안리] 따뜻한 분위기의 소품샵 - 일년삼백육십오일크리스마스(일삼크) 광안리 해변에서부터 제법 멀찍이 떨어진 곳에 나 홀로 떨어진 조그만 소품샵이 있다. 여기저기 볼 겸 걸어서 도착할 때쯤 비가 내릴락 말락 흐린 날이었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좀 더 작은 가게 안에 다양한 제품을 품고 있는일년삼백육십오일크리스마스, 일명 일삼크라는 소품샵이다. 하얀 벽과 나무색 테두리로 된 유리문을 가진 깔끔한 외관, 그리고 몹시 긴 이름을 가진 곳. 빈티지 소품샵이라기엔 매우 깔끔한 느낌의 외부.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내부도 아주 깔끔 그 자체. 동그란 모양의 로고가 박힌 입간판이 반겨주는 곳. 별다른 정식도 없는 깔끔한 로고인데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색이 곁들여진 초록색 리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가게의 이름 때문일까. 외벽처럼 하얀 진열장에 놓인 오브제들. 분명 다양한 색상을 지니고 있는데 .. 더보기
<마법의 순간> 파울로 코엘료 순전히 변덕스러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로 하고 이 작가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나 떠올려본다. 워낙 유명한 분이니 들어본 작품이야 있지만 읽어본 것이 있나 싶었는데, 있었다. 친구의 강력추천으로 읽었던 다.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내용이 뭐였더라?'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에겐 인생책이 나에게는 그저 그런 책 한 권이 되는 이런 이상한 세상. 친구가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느껴보고 싶었는데 아쉬움만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모를 기대를 하게 하는 이름이니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 떡하니 그려진 표지에 적힌 이름, 파울로 코엘료는 과연 어떤 마법의 순간을 선사해 줄 것인가? 기대하면서 읽기로 마음먹어본다. 첫인상은? 어라, 그림이 움직여. 마치 처음으로 움직이는 이.. 더보기
<산책 좋아하세요?> 김혜림 네, 좋아합니다. 다른 책의 정보를 보다가 링크를 타고 알게 된 것 같기도 한데 어쩌다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다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마음이 동해 같은 시리즈의 책들을 몇 권 구매했다. 그중 첫 번째는 '산책'이다. 가족들이 함께 나서는 밤산책의 기억이라. 나에게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추억이다. 잠옷 차림으로 용두산 공원 나들이를 나섰던 어느 날 밤이 아주 어렴풋이 기억난다. 나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셨던 청록색 반들거리는 바지를 입었던 것 같다. 날듯 말듯한 기억을 사진으로 더듬어보는 것뿐이지만 행복했던 것 같은 시간. 그런 기억을 좀 더 많이 가진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여행지에서 느끼는 낯설은 느낌은 나만이 아니구나. 어디론가 걸음을 바쁘게 옮.. 더보기
[동대신동] 내 이웃의 일상을 관찰하는, 브런치&디저트 카페 - 제이레브 J.reve 매년 봄을 맞으면서도 떨어지는 벚꽃이 애틋하고 서럽다. 화려하게 피운 꽃은 아직이지만 푸릇한 잎이 돋아난 가지를 보고 있으면 왜인지 봄이 다 지나버린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제야 봄의 가운데쯤에나 왔다는 걸 알면서도 매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도 한껏 피었던 벚꽃의 저물어감을 보며 봄의 끝을 상상해본다.(벚꽃이 주는 아련함과 별개로 많은 주민들의 생활터전이므로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다. 특히 벚꽃시즌엔 시끌벅적하다.) 꽃잎이 내리는 동대신동 삼익아파트 벚꽃길을 지나 카페 제이레브로 향했다. 언제쯤 가볼까 생각만했던 곳에 가기로 했던 것은 벚꽃이 지고 있어서 일지도. 금빛 바탕에 풀잎 가랜드가 스마일처럼 그려진 제이레브의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까만 문에 붙은 큼지막한 빨간 리본이 참 눈에 띈다고 늘.. 더보기
[중앙동] 책과 현실을 이어주는 독립서점 - 주책공사 지하철 1호선 중앙동 11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에어컨 실외기를 머리 위에 얹은 독립서점 주책공사가 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종종 내다보곤 했던 이 서점은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방문할 수 있었다. 현장소장으로 스스로를 칭하는 사장님이 있는 곳이자 매달 마지막날이면 책방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글을 쓰는 사장님이 있는 곳. 어쩐지 방문하기 전부터 기분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인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맞이한 테이블에는 작은 나무 스탬프들이 잔뜩 놓여있다. 직접 찍어갈 수 있도록 준비된 스탬프 중 몇 개를 들어 바닥을 확인해보고 나중에 찍어가야지 마음먹었는데 그만 홀랑 잊고 나와버렸다. 어차피 구매한 책은 예쁘게 포장되어있어 찍을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보기 좋게 뉘여진 책.. 더보기
[양산 물금] 활기찬 하루의 시작, 디저트 카페 - 카페 궁리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양산에 방문한 날, 카페 궁리를 찾았다. 오랜만에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도착한 물금역, 여기서부터 뭘 타고 가면 좋을까 고민하다 날씨도 좋고 차비도 아낄 겸 걷기로 했다. 그리고 약 5분 후 후회했다. 길이 언덕배기 오르막이라곤 말 안했잖아....이건 걸어가기 좋은 길이 아니다. 심각한 운동 부족에 나쁜 컨디션, 따뜻한 날씨의 삼중주로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며 카페 궁리에 도착했다. 물음표 같은 로고가 그려진 입구가 꼭 꽃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길가에서 갑다기 나타난 카페 궁리에는 이미 많은 손님이 있었다. 흠...블로그 리뷰에는 이 시간쯤에 손님이 별로 없었다고 했는데 오늘은 아닌가 보다. 날이 몹시 따뜻해진 관계로 실내도 상당히 따뜻했는데 덕분에 나는 더 더워졌다. 입구에서 들어.. 더보기
<아직, 도쿄> 임진아 궁금한 것이 있다. 다른 사람도 구미가 당기지 않는 도시가 있을까? 어떤 나라에 꽤 유명하고 다른 이들은 아주 좋아하는 도시가 있다. 나는 그 나라에 여행, 혹은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유독 마음이 동하지 않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그곳인 경우. 다른 사람도 그런 도시가 있을까? 나의 경우는 몇군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도쿄다. 일본은 몇 번이나 다녀왔고 사실 도쿄도 업무차 가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여행으로는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내 이전 회사 동료는 도쿄를 무척 좋아해서 여러 번 다녀왔다는데 나는 그 매력도, 장점도 딱히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기꺼이 구매한 것은 '아직'이라서. 물론 '아직'의 뒷말이 부정적인 것이 수도 있겠지만 그 도시를 제목으로 책을 쓸 정도면 좋.. 더보기
[광안리] 예쁨 가득한 소품샵 - 러브 액츄얼리 광안리 바닷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길에 예쁜 소품샵이 있다. 뽀얀 벽면에 분홍빛으로 이름을 새기고 스트라이프 캐노피를 살짝 내리깐 파란 문의 러브 액츄얼리. 큰 길가는 아니고 길에서 안으로 접어든 골목, 입구에서 조금 안쪽에 위치해있다. 아주 커다란 두 개의 창이 있어 안쪽에 아기자기한 내부가 들여다보인다. 기다란 노란 조명이 비추는 러브 액츄얼리의 이름이 이 소품샵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부분만 봐도 어떤 물건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점점 커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벽 가득 스크런치가 걸려있다. 조명을 받으며 걸려있는 이 녀석들은 상품이자 무늬이고 작품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 질서 정연하게 정렬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이 공간과 이질적이지 않고 잘 어울린다. 뿅 나타난 귀.. 더보기